최근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5개사는 지방자치단체의 강제 휴무에 반발해 제기했던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들이 강제 휴무를 반대하며 내세운 논리 중 하나는 "지역 고용창출 기능을 마비시킨다"는 것이었다. 영업시간 제한에 강제 휴무까지 시행되면 지역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렇다면 골목상권까지 잠식하며 마구잡이로
매장을 확대해 온 대형마트들이 지금까지는 고용 창출에 많은 기여를 했던 것일까.
서울 A마트는 연면적 1만3,000여㎡ 규모에 연 매출액 2,5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매장. 하지만 이 곳에서 일하는 정규직 직원은 130여명 남짓에 불과하다. 직원 1인당 연 19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다른 대형마트도 직원 1인당 연평균 1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릴 정도로 매장 규모에 비해 직원 수가 적은 편이다.
한국일보가 18일 롯데ㆍ신세계ㆍ현대백화점,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6개 대형
유통업체의
사업보고서를 입수해 최근 6년간 직원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업체의 매장당 정규직 직원은 평균 100여명에 불과했다. 자체 고용보다는 납품업체 직원이나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고용 창출에 기여한다는 주장은 허울에 가까웠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과 주변 상권 파괴로 인한 일자리 상실을 감안하면 고용 측면에서 대형마트 진출은 득보다 실이 많은 편이라고 지적한다.
전국에 95개
점포를 두고 있는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달 말 현재 전체 직원은 1만1,443명(점포당 120명). 이 중 절반이 넘는 7,160명이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다. 전국에 146개 점포를 갖고 있는 이마트도 정규직은 매장당 102명에 불과한 반면, 비정규직이 그 2배를 웃도는 260명에 달했다. 대형마트들이 '유통공룡'이라 불릴 정도로 급속히 몸짓을 키웠으나 정작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는 소홀했던 셈이다.
일부 업체들은 매장당 직원 수도 줄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2006년 직원 수가 매장당 193명(비정규직 포함)에서 지난해 119명으로 5년간 74명이나 줄었다. 현대백화점은 더 심해 2006년 매장당 208명이던 직원 수가 지난해 100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
전자결제시스템 개발 등 업무혁신을 통한 효율적인 인력 배분 탓에 직원 수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들은 정규직원 부족에 따른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을'의 관계에 있는 중소 납품업체 직원들을 적극 활용한다. 이마트의 경우 올해 매장당 협력사원 수가 3만7,000여명에 달하는 등 대부분 업체가 인력의 절반 이상을 납품업체 직원에 의존하고 있다. 대형마트에 제품을 납품하는 회사 측이 고용주인데도, 이들이 일하는 장소는 대형마트인 셈이다.
음료를 생산하는 B업체 관계자는 "제품 판매는 대형마트의 역할인데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판매 인력을 지원해주도록 강요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대형마트가 납품업체 직원들의 출ㆍ퇴근 시간과 업무까지 직접 관리하지만 인건비는 전혀 책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엔 납품업체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직원 파견을 받지 않는 대신 그에 해당하는 인건비를 요구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김유오 시장경영진흥원 상권활성화연구본부장은 "대형마트의 고용 창출 효과가 전통시장의 31%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면서 "지역 일자리를 늘리고 영세 상인들과 이익을 나눈다는 차원에서 의무휴무제 등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