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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북한 아닌 미국일 가능성은 없나
[시사회] 김도균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11.03.31 10:12 ㅣ최종 업데이트 11.04.01 14:55 임재성 (blueljs)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다큐멘터리 <천안함> 시사회를 보고 돌아오는 버스 안이었다. 시사회의 여파에서였는지 창밖으로 보이는 천안함 관련 현수막이나 문구들이 눈에 박혔다.


 


시내버스 앞에 달린 검은색 스티커에는 '46용사들을 기억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불손한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용사'였을까. 서해의 차가운 바다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젊은이들의 진짜 목소리를 우리가 '용사'라는 호칭으로 틀어막는 것은 아닐까?


 


대로변으로 가니 검은색에 흰색 글씨로 쓰인 추모 현수막이 늘어났다. 고엽제 전우회에서 건 현수막에는 "잊지말자 천안함! 해소하자 남남갈등!"이라 쓰여 있었다. 한 번 더 불손한 생각이. 남남갈등을 '해소'한다는 것은 결국 정부 발표 이외의 목소리는 죽이라는 것 아닌가? 방금 그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다큐멘터리 시사회를 다녀온 이로서 당연히 가질 만한 불손함이었다. 전쟁은 한 사람만 마이크를 움켜쥘 때 일어난다.


 


보안을 유지한 채 만들어야 했던 <천안함>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포스터.
ⓒ 따미픽처스



천안함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는 김도균 감독의 <천안함> 다큐멘터리 영화 시사회가 열렸다. <민중의 소리>에서 일하는 김도균 감독의 첫 작품인 <천암함>은 그 제목이 말해주듯 2010년 한국 사회를 뒤흔들어 놓았던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도균 감독은 상영회 전 이야기 자리에서 "이 다큐로 감옥에 가는 것 아닌가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말했다. 압력을 받지 않기 위해 다큐를 만든다는 것 자체를 최근까지 비밀로 유지했다고 한다. 천안함 1년, 한국 사회는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조차 무서워해야 할 사회가 되었다.


 


"산소를 주입하면 더 살 수 있다", "선체를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지만 1년이 지났다. 주류 매체들은 천안함의 진실은 이미 확정되었다며 추모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다큐는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추모와 기억 이전에 무엇이 진실인지를 밝혀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추모도, 기억도 가능하다. 그래서 <천안함>은 묻는다. 1년 전, 2010년 3월 26일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물론 정부의 '공식' 결론은 존재한다. 2010년 9월 10일 공개된 정부의 합동조사 보고서는 이 사건을 "천안함 피격사건"이라 명명한다. "2010년 3월 26일(금) 21시 22분경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정상적인 임무수행 중이던 해군 2함대 소속 천안함(초계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되었으며, 승조원 총 104명 중 46명이 전사하고 58명이 생존하였다"는 것이 정부가 말하는 천안함 사건의 개요다. 핵심은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침몰이라는 것이다.


 


이 발표대로라면, 북한은 세계 해군사를 다시 써야 할 작전을 성공한 것이다. 한미군사훈련이 벌어지고 있는 서해로, 그 어떤 정보로 감지되지 않은 채 침투한 북한의 잠수정은 단 한 발의 어뢰로 잠수정과 어뢰 탐지가 임무인 초계함 천안함을 격추하고 유유히 영해를 빠져나간 것이다. <조선일보>조차 '인간어뢰' 가능성을 제기했던 것처럼 실제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결론'이다.


 


이 가능성 희박한 정부 발표에 대해 지난 1년간 진실공방은 계속되었다. 이 공방은 한국 시민사회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시금석과 같은 것이었다. 전문성을 가진 독립적인 지식인들의 목소리는 정부가 특정 사안을 은폐하거나 조작할 수 없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평범한 이들 역시 달랐다. 부인할 수 없는 증거라고 제출된, 어뢰 추진체에 써진 '1번'은 전 국민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안보정국을 노리고 6·2 지방선거 직전에 발표된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민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분단국가 대한민국에서 이제 시민사회는 북풍도 견딜 수 있는 성숙함을 가지게 된 것이다.


 


민주주의란 것이 이런 것이다. 권력 가진 자가 끊임없이 견제 받으며,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문제제기와 의견에 답변하고 귀 기울여야 하는 제도다. 그런데 권력은 민주주의 하기 싫었나 보다. 천안함과 관련해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제기했던 인사들은 그 지위를 막론하고 줄줄이 검찰에 불러갔다. TOD 영상이 추가로 있다고 주장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한 도올 김용옥 선생부터 천안함 조사에 문제점이 있음을 제기한 시민들까지. 그럼에도 꿋꿋하게 또 다시 하나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반갑고, 고맙다.


 


조심스러운 문제제기, 미국의 연관성


 


<천안함> 다큐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역시 2010년 3월 26일에 일어난 일에 대한 '진실'이다. 새로운 사실을 발굴해서 제시한다기보다는 기존에 제기되었던 문제들을 1시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에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 끊임없이 바뀐 사건발생 시각, TOD 영상의 은폐의혹,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교신기록 등의 문제점 등 많이 알려진 내용들을 간략히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미국, 일본, 중국의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천안함 사건의 의미를 맥락적으로 위치 짓고자 시도한다.


 


기존에 제기된 의혹을 영상으로 잘 담았다는 것 자체도 중요한 성과겠지만, 이 다큐가 보다 무게를 두고 있는 부분은 다큐 후반에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미국과의 연관이다. 미 해군 음파탐지분야에서 오래 근무한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 웨인 맷슨은 인터뷰에서 미국의 정보력으로 3월 26일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벌어진 '사건'의 정보를 놓쳤을 리가 없다고 말한다. 사건 초기 미국은 "북한이 관련되었다는 어떤 정보도 없다"고 수차례 발표한다. 그러나 미국은 시간이 지나자 "한국 정부의 결론을 지지한다"는 방식으로 북한 피격에 힘을 실었다.


 

물론 이 다큐가 그 연관성에 대한 새롭고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천안함 침몰의 이유로서 끊임없이 제기된 좌초설과 마찬가지로 미국과의 관련설도 조사 초기부터 아예 제외되었다. 천안함 침몰 지역에서 벌어졌던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인 독수리훈련과 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훈련들은 천안함 침몰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신상철 전 천안함 합조단 민간위원은 다큐에서 자신이 합조단 내부에서 좌초설을 제기했지만 돌아온 반응은 천안함의 좌초는 조사영역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좌초설은 천안함의 바닥 스크래치나 프로펠러가 휘어있는 모양 등을 통해서 끊임없이 제기된 의문이었는데도 말이다. 다큐 <천안함>은 미국과의 관련설 역시 상당한 설명력을 갖지만, 어떤 과학적 검증이나 정보공개도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전면적으로 문제제기 하고 있다.


 


진실을 밝히는 과정의 고통스러움


 






















  
<천안함>을 만든 김도균 감독.
ⓒ 임재성



김도균


개인적으로는 진실공방에 밀려서 천안함과 관련해서 충분하게 다루어지지 못했던 것들을 이 장편 다큐가 깊이 있게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유가족들에 대한 내밀한 인터뷰 혹은 취재나 천안함 이후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탄압과 사회의 경직화를 담아주었으면 하는 기대였다. 그래서 비록 많이 다루어지진 못했지만 알파잠수 기술공사 대표인 이종인씨를 국회에서 모욕하는 장면은 가슴이 시렸다.


 


나름의 전문성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한 알파잠수 기술공사 대표 이종인씨에 대해서 여당 국회의원들은 당신이 전문가냐, 인양 전문가지 폭파 전문가 아니지 않느냐, 천안함만한 배를 폭파하는 실험을 해 본 적 있느냐고 비아냥거렸다.


 


그 질문은 국방부에 해야 하는 거 아닐까? 모든 정보를 독점한 이들의 설명이 이렇게 부실한데, 정보에 접근조차 못하는 이들의 '상식'적인 의문을 풀어야 할 의무는 국방부에 있는 것 아닐까? 이종인씨에 대한 다음 질문은 당신 특정 정당에 가입한 적이 있냐는 것. 이에 이종인씨는 자신은 한나라당 당원이라고, 민정당 중앙위원을 2년 했다고 답변했다.


 


이렇게 모욕을 당하면서도 그가 계속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다큐에서 말한다. 사람이 죽었다고. 배만 침몰했으면, 그까짓 거 물건인데 이렇게까지 했겠냐고.


 


"사실은 사실대로 밝히고 사실에서 교훈을 얻는다."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 결과 보고서를 내놓으며 정부가 하는 말이다. 맞다. 세계 군사력 순위 10위권인 대한민국 국방부가 사고 최고 발생 시각조차(이것은 매우 간단한데, 사고 발생 당시 통신기록만 확인하면 된다) 수차례 번복하고, 없다던 TOD 영상이 있고, 못 봤다던 100m 물기둥이 생겨났는데 그것에 대한 명확한 해명도, 정보공개도 없이 그저 추모와 기억만 하라고 한다.


 


이렇게 강압된 천안함의 '진실'은 이미 사회적으로 굳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천안함을 주제로 안보글짓기를 하고, 안보견학을 다닌다. 1주기를 맞아 거리는 "잊지 말자 천안함"의 물결로 가득하다. 그러나 천안함을 통해 무엇을 보고, 쓰며, 기억해야 할까? 이 질문을 꺼내는 것조차 위험하고 고통스럽게 되었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사실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


 


저명한 폴란드 출신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독일에서 파시즘이 발생한 이유가 "강한 시민사회를 만드는 자발적인 조직들, 노조 및 기타 사회 조직들을 나치가 체계적으로 해체하고 파괴"했던 것이 주요했다고 말한다. 하나의 목소리만이 존재하고 강요될 때 국가는 폭주했다. 그렇다면 그 폭주는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바우만은 그런 파시즘 속에서 비록 소수이지만 도덕적 의무를 선택했던 이들이 있었음을 지적한다. "악은 전능하지 않다, 그것에 저항할 수 있다"가 그의 결론이다. 우리 사회 역시 비록 작은 목소리지만, 감옥에 갈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그것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다. 다큐 <천안함> 역시 그 흐름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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